요즘 공연 시장을 크게 뮤지컬과 콘서트가 양분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여전히 작품성과 메시지가 좋은 연극에 대한 수요도 많습니다.
뮤지컬에 비해서는 드물지만 여러 시즌 반복하여 공연하면서,
올 때마다 많은 인기를 끌고 마니아를 불러 모으는 연극도 종종 있습니다.
얼마 전에 소개했던 연극 <아트>가 그랬고, 이번에 소개할 연극 <엠. 버터플라이>가 또 그렇습니다.
1. 공연정보
- 제목 : 연극 <엠. 버터플라이> : 연극열전10_첫 번째 작품
- 제작사 : (주)연극열전
-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 기간 : 2024.03.16 ~ 05.12
- 공연시간 : 약 120분
- 관람연령 : 만 16세 이
- 가격 : R석 70,000원 / S석 60,000원 / A석 45,000원
* 두산아트센터는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에서 3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넓고 쾌적한 로비와 화장실을 갖추고 있어서 시설면에서 우수한 공연장으로 꼽힙니다. <엠. 버터플라이>가 공연되는 연강홀의 경우 총 620석 규모의 중극장으로 분류되며 다양한 연극, 뮤지컬 작품이 공연되는 곳입니다. 대학로 소극장에 비해 규모가 큰 편이다 보니 물품보관소, 포토존 등의 시설도 깔끔하게 구비되어 있습니다.
2. 시놉시스
중국계 미국인 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이 1988년 집필한 실화기반의 희곡을 바탕으로한 연극입니다. 베이징 주재 프랑스 외교관 베르나르 부르시코와 경극 배우 스페이푸의 이야기에 오페라 나비부인의 모티브를 더했습니다. 서양인의 동양인에 대한 오리엔탈리즘과 섹슈얼리티를 표현한 연극입니다.
'프랑스 전O조 사건'으로 유튜브에 실화 영상이 뜨기도 했습니다.
3. 캐스팅
연극 <엠. 버터플라이>의 이번 시즌(오연) 캐스팅은
- 르네 갈리마르 :배수빈, 이동하, 이재균
- 송 릴링 :김바다, 정재환, 최정우
- 뚤롱/판사 : 오대석
- 아녜스 : 김보나
- 마끄 : 이원준
- 친 : 송희정
- 르네 : 이서현 이며
저는 3월 28일 20시 공연, 이재균, 최정우 페어로 관람했습니다.
4. 감상 및 후기
1) 충격, 실화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역시 연극의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점입니다. 중국으로 파견 간 프랑스 영사관 직원과 중국인 경극 배우의 사랑이야기이면서, 당시 시대상이 반영된 스파이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보다 오랜 기간 사랑한 연인의 성별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부분이 가장 충격적입니다. 연극 내에서 주인공인 르네 갈리마르가 송 릴링의 성별을 알면서도 스스로 환상을 만들어낸 것인지, 정말로 모른 채로 믿고 속은 것인지는 배우와 관객의 해석에 따라 갈릴 수도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객석에서 연극을 바라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남장여자를 연기하는 남자배우의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송 릴링 역할을 맡은 최정우 배우의 성별은 남자이지만, 극 중에서 걸음걸이, 행동 등에서 여성스러운 모습을 잘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 오리엔탈리즘과 섹슈얼리티
프랑스인 르네 갈리마르가 중국인 송 릴링을 바라보는 시선은 서양인이 동양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대표합니다. 동양인은 다소 열등하고 순종적일 것이라는 느낌을 은연중에 갖고 있습니다. 또한, 르네 갈리마르가 송 릴링을 여성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나오기에 여성에 대한 남성의 인식도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공연을 보고 오리엔탈리즘과 섹슈얼리티는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상의 잔재들은 시대가 바뀐 지금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 저 스스로도 그런 생각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3) 스토리의 절묘한 연결
이 연극은 르네와 송 릴링의 메인 스토리 속에 오페라 <나비부인>이 포함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두 이야기는 모두 오리엔탈리즘에 관한 것으로 유비성을 갖고 전개됩니다. 또한, 배경 설정상 송 릴링이 경극 배우라는 것 역시 과거 중국에서 여성 배우가 경극에 설 수 없었기 때문에, 남성 배우가 여성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진행되는 여러 이야기들이 오리엔탈리즘과 섹슈얼리티라는 큰 주제 속에서 맥락이 맞아떨어지면서 진행된다는 점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1988년 당시 충격적인 사건을 알게 된 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5. Outro
- 오리엔탈리즘과 섹슈얼리티를 다루는 가볍지만은 않은 연극
- 남장여자인척 하는 남자를 연기하는 배우의 훌륭한 연기
- 스토리의 정합성이 좋은 흡입력 있는 연극
'문화생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뮤지컬 추천] 비행과 음악의 조화 <Via Air Mail(비아 에어 메일)> (0) | 2024.04.04 |
---|---|
[북리뷰]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국제법 지식 <지배의 법칙> (0) | 2024.04.01 |
[뮤지컬 추천] 세종과 음악에 관한 팩션 사극 <낭만별곡> (0) | 2024.03.30 |
[북리뷰]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 <금오신화> (0) | 2024.03.25 |
[북리뷰] 여행 가이드와 스페인어를 한 번에 <바로톡 여행 스페인어 : 스페인 핫플레이스 50> (0) | 2024.03.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