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 Intro
대표적인 교양 법 도서로, 2004년 출판 및 2011년 개정 이후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다. 저자가 법대에 진학하고 교수가 된 과정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하여, 법률가들의 특권의식, 검찰조직의 문제점, 무죄추정의 원칙, 진술 거부권 등 헌법 정신과 관련한 이야기까지 법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다. 2011년에 개정판을 내면서 그 당시에 이슈가 되었던 피디수첩 등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책 앞부분에 추가하였다. 법학에 관한 사전 지식 없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 작가 김두식(1967) :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군법무관, 검사로 재직하였다. 이후 코넬대 로스쿨에서 석사를 취득한 후, 한동대, 경북대에서 형법, 형사소송법 등의 법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법학 전공 강의보다 법학 교양 강의를 하는 것이 더 좋았다고 할 만큼 대중들에게 법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저서들을 읽어보면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걸로 보인다. 『불멸의 신성가족』(2009), 『법률가들』(2018) 등의 대표 저서가 있다.
2. 내용 Contents
서장과 1장에서는 저자가 법률가가 된 과정과 전반적인 법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2장에서는 국가권력의 무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당해질 수 있는 국가 권력으로부터 국민을 지킬 수 있는 것이 바로 법이라는 취지인 듯 싶다. 3장과 4장은 법률가에 관한 이야기이다. 법률가들이 자연스레 갖게 되는 특권의식에 대해 다루는 한편, 로스쿨 제도 도입 등으로 이런 부분이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도 보여준다. 5장에서는 저자의 짧은 검찰 재직 경험 등을 바탕으로 검찰 조직의 문제점에 대해 다룬다. 6장과 7장 그리고 8장에서는 헌법에 대해 다루는데, 무죄 추정, 진술 거부권, 차별 금지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3. 생각해볼 점 Things to think about
1) 무죄 추정의 원칙 : 무죄 추정의 원칙은 어떻게 보면 범죄자 처벌을 지연시키고 방해하는 제도이다. 경찰, 검찰 등이 범인이라고 생각하더라도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합리적인 의심을 계속해야하고, 그에 따라 오히려 처벌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죄 추정의 원칙이 없다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지 못할 여지가 생긴다. 재판 전부터 범인으로 가정하여 회유와 압박 등 고문을 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권력자의 눈 밖에 난 사람들은 조작된 증거 등을 통해서 범죄자로 몰리고 핍박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따라서 무죄 추정의 원칙으로 인해 몇 명의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할지언정, 권력 없는 국민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이다.
2) 로스쿨 제도 : 로스쿨 제도 도입 이전의 법조인 양성은 사법시험 합격과 사법연수원 연수를 통해 이루어졌다. 시험을 통해 공정하게 법조인을 선발한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법조인들을 다소 획일화하고 특권 의식을 갖게 하는 등의 부작용도 상당했다. 또한 사법연수원 인맥 등을 통해 법조 비리가 발생하기도 했다. 따라서 미국식 법조인 양성 체계를 참고하여 학부를 마친 다양한 배경과 전공의 사람들이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후 법을 공부하고 변호사 시험을 치루는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다. 사법시험 체제보다 더 많은 변호사가 배출된다는 점, 따라서 기업,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 다양한 곳에서 법조인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등이 장점이다. 하지만 로스쿨 학생 선발의 불투명성, 결과적으로 일부 학부 출신으로 편중되는 점 등 여러 문제들 또한 존재한다.
3) 특권 의식에 관하여 : 이 책에는 법조인이 특권의식을 갖게되는 과정들이 잘 드러나 있다. 겉으로는 겸손하지만 속으로는 남들보다 우수하다는 마음을 갖는 것, 군법무관 훈련 당시 훈련 거부 에피소드 등이다. 이런 특권 의식은 사실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러 사정으로 대학에 못 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대학 졸업 자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여러 가정 형태가 있을 수 있지만 부모가 모두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등 많은 것들이 어떻게 보면 일종의 특권 의식이 아닌가 싶다. 내가 갖고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나와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도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모두가 잘 생각해야 할 것 같다.
4. 책 속 한 구절 Quotations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에 의한 인권 침해로 한 명의 범인을 잡는 것보다는
백 명의 무고한 시민의 희생을 예방하는 것이 옳다.
: 세상 대부분의 일은 장점과 단점, 양면성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중요시 해야하는 것이 있다면 한쪽의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중요한 가치를 지켜야 한다. 특히나 누군가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경우라면 더욱.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지는 폴리스나 아고라는 어디에도 찾아보 수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서로를 물어뜯는 원형경기장 아레나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 인터넷의 발달 및 보편화의 이면에 발생한 그림자가 아닌가 싶다. 익명성을 통해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유 없는 비난 또한 그만큼 늘어났다. 대화와 토론이 자유로워진 것은 분명히 좋은 것이나, 다른 사람의 입장과 기분도 고려하는 성숙한 토론문화, 특히 인터넷문화가 필요하다.
5. 끝내며 Outro
법에 대해 잘 모로는 사람들도 법학과 법률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교양 법학 서적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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