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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이야기

[공연 추천] 두아의 기구한 운명, 소리극 <두아:유월의 눈>

by Traum1 2024.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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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의 공연 시장은 뮤지컬과 콘서트가 양분하고 있다.

대중성 있는 프로그램과 스타의 출연으로 접근하기가 쉽고 재미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한 공연도 여전히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그중에서 한국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뮤지컬과 같이 스토리를 녹여낸 공연으로는 소리극, 마당극, 창극 등이 있다.

이번에는 몰입감 높은 스토리와 배우의 열연이 어우러진 소리극을 하나 추천하려고 한다.

 

두아:유월의 눈
두아:유월의 눈

 

1. 공연정보

 - 제목 : 소리극 <두아:유월의 눈>

 - 장소 : 국립정동극장 세실

 - 기간 : 2024.03.12 ~ 3.22

 - 공연시간 : 약 90분

 - 가격 : 전석 20,000원

 

 

인터파크 티켓

 

tickets.interpark.com

 

2. 시놉시스

두아:유월의 눈
두아:유월의 눈

 

 홀로 딸 두아를 키우던 두천장이 과거 시험을 보러 떠나면서 딸을 이웃 노인 채노파에게 맡기게 된다. 과거를 보러 간 사이에 두아가 겪는 결혼, 이별, 시련 등의 기구한 운명과 그에 대한 두천장의 대응에 관한 이야기이다.

 

3. 캐스팅

두아:유월의 눈 캐스팅
두아:유월의 눈 캐스팅

 

두아 역 김가을

두천장 역 정보권

채노파 역 송보라

장려아 역 서어진

장려아 아비 역 이나라

새노의 역 이재현

 

 전 기간 모두 원캐스트로 진행된다. 국립창극단 <패왕별희>에서 봤던 정보권 소리꾼을 제외하면 실제 공연으로는 모두 처음 보는 출연진이었다.

 

두아:유월의 눈
두아:유월의 눈

 

4. 감상 및 후기

 1) 시대를 관통하는 비극 이야기

  소리극 <두아:유월의 눈>은 13세기 원나라 관한경의 잡극 <두아원>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창작으로부터 800년 이상 지난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주인공인 두아의 역경의 일부분은 당시 사법제도의 부실함, 과거시험 응시의 어려움 등 시대적인 특성에 기인하기도 하다. 하지만 과부라는 이유로 받는 무시, 여성으로 받는 차별, 사기꾼의 거짓말 등 현재에도 여전히 적용될 수 있는 요인도 많았다. 그런 점에서 지금 시대에 공연되어도 의미하는 바의 측면에서 이질감이 크지 않은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비극에 버금갈만하다는 평가가 있을 만큼 비극의 전개가 탄탄하고, 누구나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슬픔의 정도가 강하다.

 

 2) 낭만적이고 마당극스러운 연출

  뮤지컬 공연을 보다가 소리극 공연을 보면 무대 장치나 연출이 간단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뮤지컬에서는 흔한 회전무대나 배경 영상 같은 것이 소리극에는 잘 없을뿐더러, 무대 세트도 단순하다. 하지만 그만큼 소리꾼과 관중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는 커진다. 소리꾼이 원형의 판을 감옥으로 표현하면 금세 감옥이 되고, 집으로 표현하면 같은 공간이 순식간에 집으로 바뀐다. 특히 <두아:유월의 눈>은 판소리 특유의 상상력을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극 중간에 눈이 내리는 연출이 있는데, 소리꾼이 직접 가루 같은 것을 손에 쥐고 바람에 흩날리게 하는 방식으로 눈을 표현했다. 뮤지컬에서는 일반적으로 기계에서 눈을 떨어뜨리는 방법을 활용하는데, 소리꾼이 직접 가루를 날려주는 것이 그 자체로 훨씬 낭만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소리꾼은 간단한 복장 및 소품 변화를 통해 1인 다역을 소화할 뿐만 아니라, 직접 악기를 메고 나와서 보조 악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정도의 상상력은 판의 경계가 없는 한국 전통 공연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자 재미이다.

 

 3) 보물같은 소리꾼들

  공연을 보면서 모든 출연진이 정말 보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실력 있는 소리꾼이 이렇게 많았구나 싶었다.

 두아 역 김가을 소리꾼은 알고보니 TV프로그램에 국악 그룹 보컬로 출연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는 처연한 느낌이 있지만 당당하고, 기구한 운명 속에서도 노력을 다하는 두아를 훌륭하게 표현했다.

 두천장 역 정보권 소리꾼은 <패왕별희>에 출연하여 알고 있는 배우였다. 이번 작품에서 생각보다 출연 비중이 높은 역할은 아니었지만, 처음과 끝의 중요한 장면을 맡아 훌륭하게 소화했다.

 채노파 역 송보라 소리꾼은 마당극 특유의 과장스러운 연기와 할머니를 표현하는 동작이 인상적이었다. 마당극에서는 특히 걸음걸이나 특정한 동작을 반복함으로써 캐릭터를 부각하는 경우가 많다. 송보라 소리꾼은 걸을 때마다 팔을 세로로 세워서 움직이는 동작을 표현했는데, 어떤 의미와 의도로 그런 동작을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장려아 역 서어진 소리꾼은 극 중에서 해설자와 같은 역할도 겸하여 관중에게 상황을 전달해주기도 한다. 익살스러운 연기와 눈빛, 동작이 인상적이었다.

 장려아 아비 역 이나라 소리꾼 역시 여러 가지 역할을 겸하였다. 가장 오래 했던 장려아 아비 역할에서는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중국 스러우면서도 마당극스러운 그 표정은 일품이다. 또한, 남성 역할을 맡아 요새 연극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젠더 프리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새노의 역 이재현 소리꾼은 말 그대로 감초 같은 역할을 도맡았다. 여러 가지 역할을 맡았지만 등장할 때마다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저력이 있는 소리꾼이었다. 다른 출연진과 마찬가지로 소리와 연기의 밸런스가 좋다고 느꼈다.

 

두아:유월의 눈두아:유월의 눈
두아:유월의 눈

 

 훌륭한 국악인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고, 앞으로 소리극, 마당극, 창극 같은 공연이 더 늘어나서 더 많은 국악인을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면 좋겠다.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하는 공연이 대개 가격이 싸긴 하지만, 2만 원에 이 정도 퀄리티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대를 관통하는 스토리와 훌륭한 소리꾼을 만나볼 수 있는 공연, 소리극 <두아:유월의 눈>이었다.

 끝으로, 국악 자체를 좋아하는 관중이라면 가만히 장구소리와 북소리만 듣고 있어도 충분히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부담없이 도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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