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험
평일반을 기준으로 9일 차에 시험을 본다. 당일 오전 11시부터 적십자 강의실에서 필기시험을 약 30분 보고, 오후 2시부터 다시 수영장에서 실기시험을 본다. 오후 5시 이전에는 모두 종료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 필기
교육을 받았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내용이 많았다. 예를 들어, 입수법 종류나 영법 설명과 같은 내용이 출제되었다. 헷갈리는 문제들이 몇몇 있었으나 동기 중 필기 과락은 아무도 없었을 정도로 난이도는 평이했다. 다들 조금씩은 공부를 한 것 같았다.
2) 실기
약 30명의 인원을 두 조로 나누어 한 조는 CPR, 한 조는 수영 관련 시험을 먼저 치르게 된다. 적십자 타 지사에서 오신 강사님이 채점을 해주시고, 우리를 가르쳐주셨던 강사님은 익수자 역할을 하신다.
(1) 평영, 횡영 각 50m : 3분 내로 들어와야 한다는 제한은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자세 위주로 평가를 하는 것 같다. 횡영의 경우 내가 하는 것이 정확한 자세가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최대한 다리로 물을 열심히 짜주면서 글라이딩 하기 위해 노력했다.
(2) 맨몸구조 - 수하접근, (3) 장비구조 - 뒤집기 : 배운 대로 했고, 빠르게 하기보다는 준비서기 등 절차를 정확히 지키는 것에 초점을 뒀다.
(3) 중량물 5kg 운반 : 1분 30초 이내에 들어와야 한다. 감점을 감안하고, 돌아올 때 기본배영킥을 사용했다. 기본배영킥을 사용한다면 원반을 물 밖으로 꺼낸 상태로 운반해야 한다. 빠르게 하는 것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4) 잠영 25m : 시험 날 쯤 되면 대부분 잘한다. 그리고 시험이기 때문에 도착할 때까지 어떻게든 숨을 참게 된다.
(5) 손목 풀기 : 구조자가 익수자에게 손목이 잡힌 상황을 가정한다. 배운 대로 팔을 당기고 어깨를 눌러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후, 내 손끼리 깍지를 껴서 잡힌 것을 풀고 탈출하면 된다.
(6) 입영 3분 : 대망의 입영이다. 교육 마지막 날까지 미완성이었지만, 인생에서 딱 3분만 버틴다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1년이 52만 5600분이고, 100세까지 산다면 5256만 분을 살게 되는데, 그중에 딱 3분이다.) 요상한 자세 탓에 입영을 하면 빠른 속도로 뒤로 가는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같이 시험을 보는 주변 번호의 동기들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해야 했다. 충돌하면 다른 동기들이 입영을 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인생에 한 번' 마인드로 단단히 마음을 먹고 들어갔더니 심하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다만, 귀가 잠기는 등 자세가 영 좋지 않았기 때문에 감점 체크를 당한 것 같다.
(7) 경척추부상자 구조 - 머리턱고정법 : 최대한 천천히 조심 들어가기를 하고, 뒤통수와 턱을 잡을 때 팔꿈치를 최대한 익수자에게 붙여서 뒤집으려고 노력했다.
(8) CPR 등 - 성인/영아 : 같은 조 동기들과 현장점검, 의식확인 및 신고요청, 호흡확인, 가슴압박 등의 사인을 맞춰서 진행했다. 가슴압박 30회에 인공호흡 2회를 반복해야 하는데, 가슴압박한 횟수를 중간에 까먹어서 20회만 하고 기웃거리고 말았다. 그리고 별도로 영아 CPR시 가슴압박을 해보라고 지시받았는데, 당황하여 연습 때와 다르게 검지와 중지를 사용하여 눌렀다. (배운 방법은 중지와 약지를 사용하여 누르는 것이었다.)
2. 소회
우선 (나에게는) 험난했던 교육을 버텨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싶고 뿌듯함을 느낀다. 신청하기 전에 이렇게까지 힘든 줄 알았다면 신청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힘든 순간들이 많았다. 동기 중 못하는 순으로 한 손에 꼽힐 정도로 부족한 수영 실력이었고, 운동 부족 상태였고, 유연성, 체력 등 신체 조건도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약물과 동기들의 격려 등의 도움을 받아 포기하지 않고 끝마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합격을 했지만, 만약 평가 날 엄격한 평가관이 배정되었다면 불합격했을지도 모르는 애매한 실력이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또한, 라이프가드를 취득한 것만으로 계곡이나 바다에서 실제로 사람을 구하기는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수상 활동이 얼마나 위험 요소가 많은 것이며, 라이프가드라는 역할이 얼마나 숭고하고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되는 등 배운 점이 정말 많았다. 계속 수영을 그만두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라이프가드에 걸맞은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합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동기들이었다. 평소에 '수영하는 사람은 다 좋은 사람'이라는 이상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는데, 이 생각은 이번에도 깨지지 않았다.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고, 도와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물 속에서나 물 밖에서나 빛나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숨 막히고 물 먹고 쥐 나는 등 버티기 힘든 점이 많았지만 동기들이 있었기에 라이프가드 교육은 반짝이는 추억으로 기록될 순간이 될 것 같다. 만약 라이프가드 교육을 앞두고 있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는다면,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2주 동안 동고동락할 수 있는 기회가 정말 귀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더 많이 베풀면서 그 소중한 시간을 마음껏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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