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사전테스트 이후 바로 이어서 교육이 시작된다. 교육은 워밍업, 영법, 구조법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수영 훈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매일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긴 시간을 평일에 연속으로 7일간 해야 하고, 평소에 안 하던 동작을 새로 배워야 하고, 강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상당히 힘들다. 평소에 일반인이 수영장에서 2시간 이상 수영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실제로 거의 하루 종일 수영하는 느낌이 든다.
1. 교육 중 하루 일과
아침에 일어나서 쑤신 근육을 풀기 위해 폼롤러를 한다. 대충 밥을 챙겨 먹고, 씼고, 각종 약과 영양제로 도핑을 잔뜩 한다. 몸이 너무 아프고 체력이 달려서, 근육진통제, 근육이완제, 종합비타민, 홍삼, 배도라지즙, 포도즙 등 체력과 몸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다 쑤셔 넣는다. 수영장으로 가서 동기들과 신세 한탄 같은 것을 좀 하다가 2시부터 다시 교육이 시작된다. 6시쯤 잠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빵을 간단히 먹는다. 교육 중 음식이 역류할까봐 너무 배부르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자연스럽게 피하게 된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다시 수영을 하고 씼고, 힘이 다 빠져버린 다리로 터벅터벅 집에 가면 거의 11시가 된다. (집이 가까운 사람은 조금 더 일찍 도착하겠지만 멀리서 온 교육생이 생각보다 많다.) 살기 위해서 또 라면 등 음식을 먹고 다시 씼고, 숙제를 시작한다. 숙제는 이론 교재를 읽고 예상 문제를 만들어서 공책에 적어 제출하는 것이다. 손으로 직접 써야 하다 보니 은근히 시간이 걸려서, 대충 짐을 정리하고 숙제까지 끝내면 새벽 1시가 넘는다. 몸살감기약, 진통제 등을 다시 챙겨 먹고 눕는다. 내일을 위해 자려고 노력해 보지만 몸이 너무 쑤시고 온 근육에서 열이 나서 잠이 잘 안 온다. 또 낮에 잘 안됐던 동작이 생각나면서 내일이 걱정된다. 결국 유튜브로 횡영, 입영, 헤드업 자유형 등 영상을 찾아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다가 3시가 넘어서 잠든다. 다음 날 10시쯤 쑤신 몸을 부여잡고 일어난다. (반복)
2. 워밍업
매 교육은 워밍업으로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첫날 워밍업은 자유형 10바퀴, 평영 10바퀴, 헤드업 평영, 헤드업 자유형 등이었다. 수영을 잘하는 교육생에게는 분명 워밍업이 맞다. 하지만 수영 실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워밍업이 끝나면 대부분의 체력이 소진된다. 나는 첫날부터 다른 교육생들의 속력을 따라갈 수 없었고, 다른 교육생이 플립턴과 같은 고급 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결국 헤드업 평영, 헤드업 자유형 등에서는 아예 무리를 쫓아가지 못하고 낙오되었다. 알고 보니 교육생 중 대부분이 체육 또는 수영 관련 전공, 혹은 어린 시절 수영선수 출신으로 상당한 실력자였고, 그것이 아니라면 수영장 강습으로 상급(고급)반 이상에서 1년 이상 트레이닝(일명 뺑뺑이)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나처럼 한 달에 한 번 자유 수영이나 설렁설렁하다 온 사람은 거의 없어 보였다.
속력이 느리다 보니 계속 뒷사람에게 차례를 양보하게 되었고, 몇몇 사람들이 대열의 뒤쪽에 반복적으로 모이게 되었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들을 꼬리라고 불렀다. 위치는 항상 뒤쪽이었지만 열정과 노력만큼은 뒤쳐지지 않는 사람들이었고,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고 서로의 존재 자체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을 쫓아가기 위해 워밍업 종목(자유형, 평영 등)이 바뀔 때마다 그나마 자신 있는 사람이 우리 중 앞에서 끌어주며 매일 있는 워밍업을 버텨냈다. 이 워밍업에는 횡영, 기본배영, 구조횡영, 로터리킥으로 익수자 운반하기 등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종목이 추가되었다.
3. 영법
1) 횡영
라이프가드 교육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영법은 횡영이다. 익수자를 바라보면서 수영할 수 있고, 체력 소모가 적은 영법이라고 한다. 분명히 체력 소모가 적은 영법이라고 하였건만,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고 하는 데 생각대로 몸이 뜨지 않아서 할 때마다 물고문을 당하는 영법이었다. 팔, 다리 동작을 하나, 둘, 셋에 맞춰서 연습하고 들어갔는데, 마음만 급하고 도무지 앞으로 나가지를 않고 동작도 안 됐다. 뒷사람과 간격이 줄어들면 마음이 더욱 급해져서 자세는 더욱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결국 동작이 전혀 되지 않아서 첫날부터 강사님께 발각되어 혼자 1:1 개인 교육을 따로 받게 된 영법이 바로 횡영이었다. 우선 문제점 중 하나는 나의 유연성이 매우 안 좋다는 점이었다. 다리를 최대한 벌리고 발목을 세워서 많은 양의 물을 짜줘야 하는데, 그 동작만 하면 다리찢기를 하는 것처럼 다리가 아프고 금세 허벅지와 종아리에 쥐가 났다. 팔, 다리가 짧은 것도 물을 짜주는 양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교육생이 2, 3일 차부터는 어느 정도 횡영을 했던 것 같은데, 나는 잘되지 않고 물만 먹었더니 강사님이 3, 4일 차까지 킥판을 건네주시기도 했다. 결국 교육 끝까지 정상적인 횡영을 하지는 못했고, 횡영 흉내 비슷한 것을 하는 것으로 마쳤다.
누군가 횡영이 도저히 안 되는 사람이 있다면 다음과 같이 해보는 것을 권유한다. 우선 팔동작을 더 우선으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팔동작 하나, 둘, 셋을 배운 대로 하면 둘에 양팔을 가슴 쪽에서 모으고 셋에 팔을 펼치며 물을 밀어줄 것이다. 팔로 물을 밀어내는 이 셋 동작에 다리를 짜주는 동작을 어떻게든 맞춰야 한다. 하나, 둘에서는 팔다리가 안 맞더라도 셋에서 동시에 팔을 밀고 다리를 짜준다면 얼추 횡영 흉내를 내면서 앞으로 나갈 수는 있다. 횡영이 잘 안될 때는 정말 자면서 꿈에서도 하나, 둘, 셋을 하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2) 기본배영
배영처럼 누워서 평영킥을 하며 물을 밀어주며 앞으로 나아가는 영법이다. 시선을 익수자 쪽으로 하는 것만 주의한다면 평소에 하던 동작과 비슷하여 큰 어려움은 없었다.
3) 구조횡영
크흡(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횡영과 유사한 영법이지만 익수자를 끌고 운반하는 상황을 가정한다. 따라서 익수자를 발로 차지 않기 위해 수면에서 가까운 다리를 뒤로, 수면에서 먼 다리를 앞으로 차준다는 점과 다리를 끝까지 오므리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팔의 경우도 앞에 있는 팔 하나만을 이용하여 물을 젓는다. 구조횡영이 어려운 점은 다리를 끝까지 짜주지 못하다 보니 글라이딩 거리가 짧고, 따라서 가라앉지 않고 이동하려면 템포를 빠르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템포를 높여서 횡영킥을 빠르게 하다 보니 횡영보다 더 쉽게 쥐가 나고 체력 소모가 컸다. 마음처럼 잘 안돼서 힘을 많이 줬던 탓인지 구조횡영을 할 때면 항상 쥐가 나거나 곧 쥐가 날 위기에 처했다. 나중에는 구조횡영 동작을 바탕으로, 중량물 운반, 익수자 운반 등을 하게 된다.
부끄럽게도 구조횡영 또한 마스터하지는 못한 것 같다. 다만, 도저히 안 되던 것을 교육 막바지에 역시 흉내를 내며 앞으로 갈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우선 한 가지 고려할 점은 횡영과 구조횡영을 비교할 때 팔을 바꾸는 사람이 있고, 발을 바꾸는 사람이 있다. 나는 처음에 자유형 호흡 방향을 기준으로 팔을 맞춰서 했지만, 수영 고수 동기의 조언을 받고 발을 맞추는 것으로 바꾼 후 조금이나마 수월함을 느꼈다. 예를 들어 횡영 때 왼팔을 앞에 두고 오른 다리를 앞으로 뻗었다면, 구조횡영 때는 오른팔을 앞에 두고 오른 다리를 앞으로 뻗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다리 방향을 통일할 수 있었고, 구조횡영 시에 오른팔로 물을 조금이나마 더 많이 저어 줄 수 있었다.
4) 트러젠
머리를 물밖에 내민 채로 팔은 자유형, 다리는 평영을 한다. 간단하게 배운 후 다들 잘하는 영법이었지만, 내가 하면 매우 느리고 힘들며, 물을 많이 먹는 영법이다.
5) 잠영
물속에 잠수한 채로 25m를 가는 것을 연습한다. 평소 수영장에서는 잠영을 할 때 돌핀킥이나 자유형킥을 주로 썼지만, 라이프가드에서는 평영킥을 쓴다. 실제로 해보니 평영킥이 훨씬 편했고, 숨이 많이 찰 때 한두 번만 더 참는다는 느낌으로 버텼더니 25m를 실패한 적은 없었다.
6) 입영
물에 선 채로 떠 있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가라앉기 때문에 양발을 번갈아서 평영킥 형태로 차는 로터리킥을 쓴다. 라이프가드 시험의 경우 손목을 물 밖으로 내밀고 손 스컬링을 쓰지 않은 채 킥만으로 3분을 버텨야 한다. 다양한 구조상황에서 우선 구조자가 물에 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필수적인 기술이며, 많은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라이프가드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개인적으로 가장 고생했던 부분이 바로 입영이다. 처음에 설명을 듣고 단체로 물에 들어가서 입영을 했는데, 역시나 전혀 되지 않아서 강사님께 발각되어 잡혀 나왔다. 안되는 사람들 자세를 한 명, 한 명 봐주셨는데, 나의 경우 무릎 유연성이 좋지 않다며 다음 주 시험까지 당장 로터리킥이 힘들 것 같으니 평영킥으로 3분을 버텨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로터리킥을 거의 포기하고 평영킥으로도 연습을 좀 해봤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게 힘들다. 다리가 너무 아파서 3분 동안 이렇게 버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로터리킥으로 최대한 1분이라도 버티고 남는 2분을 죽기 살기 평영킥으로 버티겠다고 계획을 바꿔보았다. 하지만 로터리킥으로 물을 눌러주는 느낌을 못 찾다 보니 물만 먹고 다리만 아프고 몸은 가라앉는 것의 연속이었다. 입영하려고 하는 나의 모습은 누가 봐도 익수자 그 자체였다. 신이시여...
그래도 30초 만이라도 로터리킥으로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억지로 물을 먹으면서 버텼고, 5일 차에 강사님께 로터리킥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작은 말씀이었지만 정말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5일 차 이후에는 2일간 주말이 있어서 회복하며 개인 연습을 할 수 있다. 이때 희망을 안고 동네 수영장에 가서 입영을 연습해 보았지만 물이 얕아서인지 또 전혀 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좌절...
6일 차에도 고수 동기들의 조언을 받아서 호흡법, 타이밍 등을 수정하며 열심히 해봤지만 셀프로 물고문만 당할 뿐이었다. 일단 입영을 하는 동안 숨을 못 쉬면서 계속 물을 먹는 것이 가장 힘들었기 때문에 물을 적게 먹을 수 있도록 고개를 최대한 뒤로 젖혀서 반쯤 누운 자세로 로터리킥을 했더니 어느 정도 떠 있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 대신 나타난 부작용은 입영 도중에 한없이 자꾸만 뒤로 간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한 강사님은 자꾸 뒤로 가면 다시 방향을 뒤로 바꿔서 반경 내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버티기라도 하면 된다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다. 분명히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3분 동안 버틸 파훼법을 찾아야 했다.
마지막 7일 차, 역시 고개를 꼿꼿이 들면 금세 물속으로 가라앉았고, 뒤로 눕듯이 하면 귀와 눈까지 거의 잠긴 상태로 코와 입을 밖으로 내밀고 버틸 수는 있을 것 같은 상태가 되었다. 결국 이상한 방법으로 7일 차 저녁에 처음으로 3분을 버텼다. 입영인가 아닌가를 따져보면 아니다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요상한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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