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 Intro
인간의 난자는 돈으로 거래할 수 있을까? 이마에 코카콜라 문신을 새기는 대가로 돈을 받는 행동은 바람직할까?
하버드의 인기 강의 Markets & Morals를 책으로 만들었다. 전작인 <정의란 무엇인가>가 상대적으로 이론중심의 구성이라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시장과 자본주의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제공한다. 의료, 교육, 문화, 도덕 등 사회의 전 영역이 시장과 돈에 잠식되어 가고 있다.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소 극단적인 상황들이 제시되어 있으나, 우리 주변에서도 돈 중심의 사고는 점점 퍼져나가고 있다. 돈은 분명 편리한 수단이고 장점이 많은 매개체이지만, 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가치는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 작가 마이클 샌델(1953) : 27세에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되었고, 29세에 <정의의 한계>를 통해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하였다. 1980년부터 하버드대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고, 그의 강의는 최고의 명강의로 꼽힌다. 자유주의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공동체주의적인 입장을 주로 나타낸다. <공정하다는 착각>,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등 후속 저서들도 한국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2. 내용 Contents
1장(새치기)에서는 선착순으로 기회를 주는 무료 문화 공연에서 돈을 내고 대리 줄 서기를 고용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의료권을 돈을 내고 우선적으로 제공받는 것은 바람직한가 등에 대해 다룬다.
2장(인센티브)에서는 이누이트들에게 전통적으로 생존권 보장 목적으로 제공되었던 바다코끼리사냥권을 돈을 받고 타인에게 판매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등에 대해 다룬다.
3장(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에서는 유로 대리 사과 서비스와 유로 축사 작성 서비스, 탁아소에서 아이를 늦게 데려가면 벌금을 내는 제도가 시행된 이후 늦게 데려가는 부모가 늘어난 현상 등에 대해 다룬다.
4장(삶과 죽음의 시장)에서는 암환자의 생명보험 증권을 돈을 받고 판매하는 행위, 유명인들의 사망을 걸고 하는 도박 등에 대해 다룬다.
마지막 5장(명명권)에서는 유명인의 사인을 돈 받고 파는 행위, 야구장 좌석을 스카이박스 등으로 차등화하고 좌석에 기업명을 붙이는 것 등에 대해 다룬다.
3. 생각해볼 점 Things to think about
책에 나오는 모든 사례들이 생각할 거리이다. 또한, 마이클 샌델 교수가 명확하게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쓰인 책이라 명쾌한 결론이 남지 않는 책이기도 하다. 다만, 읽으면서 스스로 했던 고민들을 몇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문화, 예술의 시장 거래
문화, 예술 분야는 어느 덧 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가 되었다. 경기나 공연, 행사 등을 주관하는 구단, 제작사, 배급사 등이 꾸준하게 수익을 내고 살아남아야 양질의 경기, 공연, 전시 등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향유하는 사람들을 다시 돈을 기준으로 계층별로 구분하고, 가난한 사람은 접근할 수 없게 되는 현실은 안타깝다. 책에서 주로 다루어진 야구 경기의 경우 좌석별로 가격의 차등이 이루어진다. 시야 등 제공되는 서비스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는 청소년이나 저소득층의 경우 좋은 자리에서 관람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점은 씁쓸하다. 뮤지컬, 오페라 등 예술 공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잘 보이는 1층 앞 열의 경우 티켓팅 경쟁도 치열하지만 가격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이미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최근에 국립오페라단 등 국가 예술단체에서 하는 공연의 경우 일부 앞 좌석을 D석으로 지정하여 매우 싼 가격에 제공하는 등 조금은 노력은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문화, 예술 분야의 가격 차등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2) 도덕, 감정의 시장 거래
인간이 기계나 동물과 구분되는 특징 중에 도덕과 감정의 유무가 있을 것이다. 인간은 법전이나 책에 정해져 있는 내용이 아니더라도 사회적으로 일정한 규칙을 지키며 공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책에서는 친구에게 잘못을 했을 때 업체를 고용하면 대신 방문하여 사과하고 선물도 제공해주는 서비스가 소개되었다. 번거롭고 불편한 일을 돈을 내고 업체에서 대리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사과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떨까? 잘못한 사람이 아무 행동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사과하려는 의도를 전달했으므로 조금이라도 괜찮은 걸까, 아니면 사과 자체를 귀찮은 일로 여기고 그저 형식적인 서비스만을 이용했으므로 오히려 더 화가 날까? 어떤 행동을 사람이 누군가를 거치지 않고 직접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3) 생명의 시장 거래
인간의 존재를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것이 바로 생명, 의료, 건강 등의 문제이다. 이런 생명을 담보로도 시장에서는 거래가 지속되고 있다. 책에 나오는 사례로는 말기 암 환자의 생명보험증권 거래가 있었다. 생명보험의 경우 분류상 금융상품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상품을 개인간에 거래하는 것이 문제가 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명보험의 의미상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유가족의 아픔을 여러 사람이 모은 돈을 바탕으로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말기암환자의 생명보험증권을 팔아 암환자는 당장 필요한 돈을 사용하고, 구입한 사람은 환자가 죽을 때 돈을 받는 거래는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왜 안되는지 설명하기는 어려운 문제이다. 유명인이 죽을 때 돈을 받는 도박 게임의 경우도 누군가의 생명으로 게임을 한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든다. 이렇게 생명과 관련된 시장 거래가 늘어난다면 살인사건과 같은 극단적인 사건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된다.
4. 책 속 한 구절 Quotations
샌델의 입장은 한마디로 '옳음에 대한 좋음의 우선성'이라고 할 수 있다.
: 사회문제를 경제학으로, 돈으로 풀어보면 옳은 판단이 비교적 명확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옳다고 꼭 좋은 것일까? 좋음과 옳음 중에 어떤 것을 우선시해야 하는가? 샌델의 입장은 아마도 인류 고유의 가치를 지키며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좋음을 우선시 할 필요도 있다는 것일 것 같다. 인간의 존엄성을 돈에게 잠식당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그런 좋은 것들 말이다.
선물교환이 엄청난 낭비이고 비효율적 활동이라면 우리가 줄기차게 선물을 주고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 지인, 가족의 생일이 다가오면 많은 사람들이 고민에 빠진다. 사실 경제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것은 돈을 주는 것이다. 받는 사람은 필요한 것을 살 수 있고, 주는 사람은 고민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선물을 고르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의 가치와 고마움 등은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은 편리함일까, 서로를 위한 마음의 풍부한 표현일까?
5. 끝내며 Outro
당연하게 생각했던 돈에 대해 조금이나마 경계하게 되고, 고민거리를 한 가득 안겨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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